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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5-0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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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DBE (115.♡.240.34)
 조회 : 1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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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의 명예를 걸고… 40년 식품 연구 ‘된장 박사’
▲ 제품 숙성 여부를 살피는 ‘맑은손맛된장’ 강병석 대표. photo 허재성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경북 구미의 한 주부는 아이에게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 분유를 먹이고 싶지 않았다. 2년 전 분유의 단백질 성분을 높이기 위해 중국의 분유제조업체가 공업용 멜라민을 넣은 제품을 판매해 파문이 인 이후부터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맑은손맛된장’이라는 브랜드를 찾았다. 된장으로 이유식을 대용할 수 있다는 제품인데 다른 제품보다 훨씬 비쌌지만 믿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해서 구매했다. 첫째아이에 이어 둘째아이도 그 이유식을 먹였다. 그러던 어느날 된장에서 구더기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화가 치밀어 당장 회사 사장에게 전화해서 오라고 했지만 분이 삭지 않아 카페에 비난글도 올렸다.
밤 9시가 다 되어 누군가 초인종을 눌러 나가보니 웬 60대 노부부가 문 앞에 숨을 헐떡이며 서있었다. 알고보니 ‘맑은손맛된장’의 대표와 그 부인이었다. 다른 시중 제품처럼 살균 작업이나 방부제 처리를 하지 않고 가족에게 먹인다는 마음으로 만든 제품인데 생길 수도 생겨서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파주에서 구미까지 빗길을 헤치고 왔단다. 구더기가 생긴 원인을 찾아보니 이 주부가 용기에 쓰인 대로 냉장보관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었다.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밤 12시가 넘어서야 노부부는 집을 나섰다. 다음날 카페의 비난글은 자신의 경솔함에 대한 ‘사과글’과 맑은손맛된장의 ‘찬양글’로 바뀌었다.
6년 전 서울대 내 실험실 공장서 출발
봄비가 촉촉히 내리던 4월 19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맑은손맛된장’을 찾았다. 700㎡(약 210평)의 2층짜리 작은 공장에 ‘맑은손맛된장’의 대표 강병석(60)씨와 직원들이 있었다.
강병석 대표는 1974년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7년 동양제과 베이징주재 이사를 역임하고 현재 서울산업대학교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2003년엔 서울대 농업생물신소재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서울대 교내에서만 소량으로 판매하는 된장연구를 진행했다. 전통 발효식품인 된장의 매력에 빠져 대학시절부터 40여년간 식품연구에만 매달리며 쌓은 노하우를 전통 발효식품인 된장과 결합했다.
2004년 서울대 총장으로부터 공장 설치 승인을 받아 교내에 실험실 공장을 설치했다. 같은 해 8월엔 디비이식품주식회사를 설립해 현재 서울대 교수 및 교직원 16명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강병석 대표는 지분의 40%를 소유해 대표이사 직책을 맡고 있다. 디비이식품주식회사의 대표 브랜드가 바로 ‘맑은손맛된장’이다.
2005년부터 ‘맑은손맛된장’ 제품을 생산했다. 다음해엔 ‘전문가지식기반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종국제어시스템’이라는 된장제조공법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그러다가 학교 내의 공장으로는 생산 및 제품 개발에 한계가 있어 2008년 7월 파주에 공장을 짓고 모든 시설을 옮겼다.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에 위치한 된장공장은 북으로 임진강이 흐르고 주변엔 논과 밭이 펼쳐져 있었다. 공장건물 옆에 있는 굉장한 소음이 나는 컨테이너 박스가 눈길을 끌었다. 냉장보관이 필수인 ‘맑은손맛된장’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제품 보관창고라고 한다. 창고의 온도계는 항상 6℃를 유지하고 있다. 창고문을 열고 박스로 포장되어 있는 제품을 살피던 중 금세 1℃가 올라가버렸다. 냉장보관이 필수인 만큼 주차장에는 냉장차가 대기 중이다.
공장으로 들어가는 현관문을 열자 유리로 된 벽 너머로 공장시설이 그대로 보였다. 강병석 대표는 “우리 공장은 밖에서 제조부터 유통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며 “깨끗하고 안전함에 자신이 있어 누드공장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공장 내부의 문들은 모두 이중으로 이루어져 있어 마치 미로를 연상시켰다.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인증을 염두에 두고 공장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HACCP는 식품의 생산, 가공, 유통단계를 거쳐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의 각 단계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위해 요소를 차단하고 이를 중점 관리해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위생관리 시설을 가리키는 용어다.
공장의 1층은 된장 제조가 이루어지고 2층에서는 포장과 유통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1층에는 콩을 씻는 기계인 대두세곡기와 콩을 찌는 기계인 중자기 등의 기계들이 있었고 된장발효균을 배양하는 제국실과 콩이 보관되어 있는 창고, 만들어진 된장을 숙성시키는 숙성실로 이루어져 있다. 숙성실 내부의 온도는 13℃로 유지된다. 100여개의 250㎏들이 용기 속에 된장이 담겨 그곳에서 숙성과정을 거쳐야 완전한 된장이 탄생한다. 강 대표는 “시중제품은 몇몇을 제외하고 대다수가 단시간에 발효시킨다”며 “된장의 발효는 최소 100일 이상 진행되어야 하고 균종류에 따라 발효 온도도 다르고 된장의 맛도 결정이 된다”고 발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첨가물 빼고 정직으로 빚는다
▲ ‘맑은손맛된장’ 제품
‘맑은손맛된장’은 콩과 보리, 소금 세 가지 외에 다른 첨가물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세 가지 원료 모두 100% 국내산이며 주 원료인 콩은 유기농으로 만들어지고 농장과 연계해 재배부터 납품까지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 건강에 좋은 저염된장을 만들기 때문에 소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맑은손맛된장’엔 국내산 자염(煮鹽)이 들어간다. 자염은 세종대왕이 기력이 쇠약해질 때마다 끓여먹은 것으로 유명하다. 강병석 대표는 “자염은 일염에 비해 미네랄이 훨씬 풍부하고 염분은 적다”며 “국내에서 장류에 자염을 사용하는 곳은 ‘맑은손맛된장’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현재 홈페이지의 쇼핑몰(www.dbe-korea.com)을 통해서 된장, 고추장, 쌈장 등을 구입할 수도 있고 서울대 관악캠퍼스 매점에서도 제품을 찾을 수 있다.
수익금 일부는 대학 환원
강 대표는 된장을 비롯해 콩 관련 제품에 관심이 많다. 콩 관련 제품을 다양하게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취지에서 된장을 분말 상태로 가공한 된장차를 출시하기도 했다. 냄새가 덜하고 보관도 용이해 유학생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한다. 현재 일반된장차와 표고된장차, 녹차된장차 제품이 출시되어 있다. 그는 “콩은 가공 전에는 알레르기 유발물질이지만 볶거나 삶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며 “콩을 이용한 스포츠 음료도 만들어볼 계획이다. 기존 스포츠 음료는 이온이나 미네랄을 물에 희석시키기만 한 것인데 그 안에 콩 성분을 추가하면 몸에 훨씬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40년 동안 식품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강 대표는 서울대에서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한 ‘맑은손맛된장’에 자부심이 강하다. 제품 포장박스에도 ‘서울대 식품공학과 연구개발기술제품’이라고 적혀 있다. 속칭 ‘서울대 된장’으로 불리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우수한 품종의 국산콩과 보리를 주원료로 하여 영양가 높고 믿을 만한 먹거리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다. 또한 수익금의 일부는 대학에 다시 환원하는 한편 교과과정의 실습과 창업을 꿈꾸는 예비졸업생에게 회사경영의 노하우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구체적인 산학협동활동으로도 대학발전에 기여하려고 한다. 그는 “모교에서 연구한 기술을 일반인들에게 좋은 상품으로 보답하겠다”며 “내가 올바르지 않게 된장을 만들면 모교의 명예에 먹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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