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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2-13 15:53
세계에 유래 없는 발효식품 ‘고추장’
 글쓴이 : 최고관… (115.♡.244.113)
조회 : 24,613  
세계에 유래 없는 발효식품 ‘고추장’
<김양희 기자의 민족음식이야기143>
최근 시내에 일본인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유명 관광지는 물론이고 지하철 같은 곳에서도 일본인 관광객들을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원·엔 환율이 사상 최고치인 100엔당 1600원을 오르내리면서 고환율로 인해 한국으로 여행 오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총 23만7192명으로 같은 달 전체 입국자의 44%에 이르며 작년 동기에 비해서는 무려 55.6% 증가했다고 합니다. 일본인 관광객들의 지출로 인해 관광, 호텔업계 뿐 아니라 서울 시내 상권의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 매장들은 불황 속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으로 특수를 누리고 있는 제품은 고추장이라고 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식품인 고추장은 가격이 저렴하고 한국의 식문화를 대표하기 때문에 한국을 찾은 일본인들의 여행 선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간편한 튜브 타입의 제품도 출시되고 또 아직 다양한 고추장 요리 방법을 모르는 이들도 밥에 손쉽게 비벼먹을 수 있는 볶음 고추장 제품이 출시되는 등 편이성을 높인 제품들이 선보이면서 고추장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본 관광객 특수로 인해 고추장 제조업체들은 최근 전년동기대비 100% 이상의 매출 신장률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고추장은 메주와 쌀 등 전분질원료와 엿기름, 고춧가루를 섞어 만든 발효식품으로 탄수화물의 가수분해로 생긴 단맛과 콩 단백 아미노산의 감칠맛, 고추의 매운맛, 소금의 짠맛이 잘 조화를 이룬 복합조미료이자 기호식품입니다. 간장, 된장 등과도 달리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고유하고 독특한 발효식품입니다.

고추장에는 영양이 풍부하며 각종 기능성도 풍부한데요, 고추장은 메주로부터 유래된 고활성의 전분 분해효소(amylase)와 단백질 분해효소(protease) 등의 작용으로 소화를 촉진시켜주고 자동 산화 억제 및 증가를 도와줍니다. 또 베타카로틴, 비타민C가 다량 함유된 고춧가루는 항돌연변이 및 항암작용이 있으며 피부를 자극해 혈액순환을 돕는 역할도 한다고 합니다.

고추의 매운 맛 성분인 캡사이신을 적당량 섭취하면 비위를 가라앉히고 안정감을 주기도 하며 땀이 나도록 해 노폐물의 배설을 촉진, 감기 등 각종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좋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캡사이신 성분이 체지방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고춧가루 외에 고추장 재료인 메주나 숙성 때 생긴 성분이 체지방을 태워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고추장은 언제부터 먹었을까?
우리나라에서 고추장을 담그기 시작한 것은 16세기 말이나 17세기 초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1800년대 초의 ‘규합총서’에는 순창고추장과 천안고추장이 팔도의 명물중 하나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홍만선의 ‘산림경제’에서는 만초장법(장 담그는 법)이 나오고, 유중림의 ‘증보산림경제’에는 ‘콩으로 만든 말장(末醬)가루 한 말에 고춧가루 세 홉, 찹쌀가루 한 되를 취하여 좋은 청장으로 침장 한 뒤 햇볕에 숙성시킨다’라고 쓰여 있어 이 당시 오늘날과 비슷한 고추장이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규합총서’에는 고추장 메주를 따로 만들어 담그는 방법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 방법 등 고추장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의 양을 잘 소개하고 있으며 ‘농가월령가’의 삼월령에 고추장을 담는다는 기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고추장 하면, 순창이 떠오를 만큼 순창 고추장이 유명한데요, 순창 고추장은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어린 시절의 스승인 무학대사가 기거하고 있던 순창군 소재 만일사를 찾아가던 중 어느 농가에 들러 고추장을 곁들인 맛있는 점심을 먹고 환궁한 후 순창 고추장의 맛을 잊지 못해 진상하도록 한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순창은 맑은 물과 발효에 알맞은 기후를 갖고 있어 진상품으로 쓰일 만큼 맛있는 고추장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북녘에서도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을 위해 장류를 공장에서 제조해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을 한다고 하는데요, 때문에 북녘에서도 생산 공장에 따라 몇 가지의 고추장 브랜드가 있습니다.

송경록씨가 쓴 ‘북한 향토학자가 쓴 개성이야기’를 비롯, 여러 자료를 찾아보니 개성고추장 공장에서 생산하는 고추장은 그 질이 매우 뛰어나 다른 나라에까지 많이 수출한다고 합니다. 남녘의 고추장은 단맛이 강한데 비해 북녘의 고추장은 단맛은 덜하지만 매콤하면서도 감칠맛이 강합니다. 특히 남녘의 브랜드 고추장은 밀가루와 다대기로 만들지만 북녘은 쌀과 고춧가루 등으로 만든 것이라 맛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때문에 북녘 관광에 나선 남측 관광객들도 기념으로 고추장을 많이 사곤 합니다.

특히 북녘의 고추장 중 ‘개성 고려 고추장’은 맛과 향기가 독특하고 검붉은색을 띠며 맵싸하고 감칠맛이 뛰어나 북녘의 대표적 고추장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북녘의 제품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요, 한 쇼핑몰을 살펴보니 ‘릉라도 쌀고추장’을 선보이고 있네요.
상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공해없는 조선의 조선고추, 조선쌀, 조선콩으로 만들었습니다.
릉라도쌀고추장은 조성 평양에 있는 조선 능라도 식품에서 공해없는 조선의 고추, 쌀, 콩을 주원료로 예로부터 전래되어 오고 있는 기법에 따라 빗어 전통의 깊은 맛을 재현한 전통 쌀고추장입니다.
전통기법으로 만든 릉라도 쌀고추장은 매운 맛이 좋은 조선고추로 만들어서 초고추장을 만들 때 잘풀어지고 빛깔이 좋고 적은 량으로도 충분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저도 북녘에 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추장, 된장 등을 사오곤 했는데요, 혀가 가장 먼저 그 맛을 알아차려서 일까요? 포장은 투박하지만 무공해의 투박한 맛이 있는 북녘의 ‘장’에 사로잡히곤 했습니다. 또 너무도 연해서 입안에서 다 녹아버릴 것 같은 북녘의 채소들을 곁들인다면 그 또한 일품으로 특별한 요리 없이도 밥 한 그릇 뚝딱이었습니다.

일본인들이 고추장을 싹쓸이 해간다는 자료를 보니 북녘에 갔던 제 모습이 떠오르네요.

어제가 꼬박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은 날로 알고 있는데요, 겨우 1년 만에 멀어진 남북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야 할까요?

  통일뉴스  2009.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