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 만들어 보셨어요? 요즘 세상이야 워낙 바쁘게 돌아가는 지라 된장, 고추장 만들어 보고 싶어도 선뜻 나서기가 겁나지요. 게다가 해보지 않은 일이라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예전에 관심 없던 일에 마음이 가게 되고 새로운 호기심도 생기고요. 장을 만들어 먹는 일도 그런 일이 아닐까 합니다.
며칠 전 은평 동네분들(시민단체 은평시민넷 회원들) 몇몇이 멋진 일을 해냈습니다. 올 봄 제천 이철수 선생님댁에서 농사일을 거들어 드리고 얻어 온 메주 콩을 가지고 된장 만들기에 도전했다고 합니다. 그간 콩국수를 해먹자 말만 있다가 실행을 못한 결과 메주를 만들기로 했다고 하는군요. 그 과정을 은평시민넷 까페(http://cafe.naver.com/epcimin)에서 옮겨 와 신문에 담습니다. 서울 한복판 도심에서 보기 드문, 그것도 6~70대 어르신이 아닌 분들이 메주 만들고 된장 담그는 일을 시도한다는 게 참 이색적이기도 하고, 미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그 과정을 독자들과 함께 하고 싶어 싣습니다.- 편집자주
우선 콩을 충분히 불립니다. 지난 11월 1일(토) 저녁에 물에 불린 콩은 일요일 낮이 되자 거의 두 배로 불어났습니다. 썩은 콩을 골라 내느라 두어시간 걸렸지요.
콩물의 색깔도 탁하게 변해갑니다. 괜찮은 거지요?
이제 콩을 삶을 차례입니다. 세 개의 찜통에 삶기 시작했는데 5시간씩 걸려 두번 삶았습니다. 찜통의 반에 불린 콩을 넣고 물은 통의 2/3를 넣었는데 계속 끓어 넘쳐서 불 조절 하느라 무척 신경이 쓰이고 고생입니다. 붉은색이 되도록 삶아야 한다는데 색이 조금 덜한 듯도 하고...
1차로 나온 세 개의 찜통 콩을 큰 스테인리스 통에 넣고 으깨기 시작합니다. 절구가 있으면 편한데 절구가 없어서 집안에 있는 별 도구를 다 동원해야 했습니다.
으깬 콩을 플라스틱 그릇을 틀 삼아 메주 모양으로 찍어냅니다.나무로 된 메주틀도 있다는데 플라스틱 통도 훌륭하네요. 메주가 아주 예쁘지요?
▲ 볏짚이 없어 할 수 없이 비닐 끈으로 매달아 놓은 메주. ? 은평시민신문(사진출처:은평시민넷) | |
이렇게 만든 메주를 햇볕에 말리길 이틀 정도 하면 매달아도 될 정도로 겉은 마릅니다. 볏짚을 구하러 서오릉 지나 원당 일대를 돌았는데 결국 못 구했습니다. 서울에서 볏짚 구하기는 힘든 일이지요.
볏짚이 없어 할 수 없이 비닐 끈으로 매달아 놓은 메주. 볏짚에서 고초균과 바이러스가 나와 곰팡이를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푸른 곰팡이가 피면 안되고, 흰 곰팡이가 펴야 한답니다. 집 옥상에 있는 작은 처마에 매달아 놓았습니다.
이제 겨울 지나고 적당한 시간이 되어 메주가 마르면 '메주 띄우기'를 해야 합니다. 온돌방에 해야 하지만 없으니 1층 방에 보일러 켜고 짚 깔고 이불 덮어 띄울 생각입니다. 어딘가 여행갈 때 짚을 구해와야겠습니다. 그러고 나면 천일염 소금물을 이용해서 간장과 된장만들기에 또 도전하는 거지요.
맛있는 장이 될지는 모르지만 간장, 된장 나눠먹을 기다림의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은평시민신문 2008.11.5 |